[다산칼럼] 개방과 경쟁의 힘

입력 2015-06-04 21:03   수정 2015-06-05 05:41

우리 삶의 풍요로움은 개방의 결과
경쟁 또한 혁신 이루는 근본적 힘
나눔정신 공유하는 제도도 가꿔야

김도연 < 서울대 초빙교수·공학 dykim@snu.ac.kr >



지구 탄생은 약 45억년 전의 일이다. 그리고 현생인류와 가장 가까운 호모사피엔스가 지구에 발을 디딘 것은 약 20만년 전으로 알려져 있으니, 결국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은 모두 엄청난 시간적 배경을 지닌 무한가치의 존재다. 이런 긴 역사 속에서 인류의 삶은 아주 천천히 발전해 왔는데, 실제로 한반도에서는 고구려 백제 신라의 삼국시대에 접어들어서야 본격적으로 철기를 쓰기 시작했으니 이는 2000년도 안 된 가까운 과거다. 이렇게 완만하고 점진적으로 변화해오던 인류는 최근에 이르러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지난 20세기는 혁신의 시기였다. 100여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자연현상에 대한 이해의 폭은 급속도로 넓어졌고, 그와 동시에 개발된 다양한 기술 덕택에 인류의 삶은 크게 달라졌다. 우리가 누리고 있는 전기 자동차 컴퓨터 등은 모두 지난 100년 사이에 성취한 것이며, 현재의 우리는 더욱 가속하고 있는 기술 발전으로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살고 있다. 이런 엄청난 변화를 가장 뚜렷하게 확인할 수 있는 한 장의 사진은 인공위성에서 찍은 지구 전체의 야경(夜景)일 것이다.

이 우주에는 얼마나 많은 별들이 있을까. 수많은 별들은 밤이면 하나도 빠짐없이 어둠에 휩싸이며 이는 지구도 지난 45억년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전기가 도입되면서 지구는 이제 캄캄한 밤에도 환하게 밝음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도시와 농촌의 야경이 확연히 차이나듯, 우주에서 바라본 지구 야경은 너무도 극명하게 기술력이 앞선 선진국과 그렇지 못한 후진국을 구분해 보여주고 있다. 100여년 전과 다름없이 깜깜한 밤을 보내며 기근에 시달리는 나라들과 대낮처럼 밝은 조명등 아래서 풍요를 구가하는 나라들이 지구에 함께하고 있다.

참으로 안타까운 사실은 한반도의 남과 북에서 구분되는 밝음과 어두움이다. 그렇게 긴 역사를 함께해온 같은 민족인데, 어떻게 지난 반세기 만에 이토록 큰 차이가 벌어졌을까. 아마도 북한 수준의 인구밀도를 갖는 지역에서 이토록 깜깜한 곳도 세계에서 드문 것 같으니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고통은 오죽할까. 게다가 깜깜한 북녘에서 유일하게 반짝거리고 있는 딱 한군데, 즉 평양을 보고 있노라면 저절로 분노가 치민다. 북한의 지도자들은 자기네만 저렇게 살아도 괜찮은 것일까. 우리 민족 모두의 행복한 삶을 위한 통일 준비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남과 북에서 이처럼 큰 차이가 벌어진 이유는 물론 여러 가지를 들 수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점은 남의 개방과 북의 폐쇄 때문으로 믿어진다. 개방은 밝음이고 폐쇄는 어두움이다. “독재체제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폐쇄적 비밀이지만 민주체제의 그것은 개방적 공개다.” 이는 노벨상을 수상한 핵물리학자 닐스 보아의 말이다. 실제로 인류의 삶을 풍요롭게 만든 모든 기술혁신은 하나도 빠짐없이 개방적인 사회에서 이뤄졌으며, ‘글라스노스트(개방)’와 ‘개혁·개방’에 의한 러시아와 중국의 경제적 발전도 이를 증명한다.

마음대로 자기 뜻을 이야기할 수 있고 또 지식과 정보의 유통이 원활한 개방적인 사회가 발전할 수 있는 것은 그런 자유스러운 분위기에서만 인간의 창의적인 사고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와 더불어 개방적인 사회에서는 어떤 분야든 그 구성원 사이에서 서로 더 잘하겠다는 치열한 경쟁이 이뤄지는데, 사회 발전과 혁신을 가져오는 근본적인 힘은 바로 이런 경쟁으로 믿어진다. 경쟁을 의미하는 영어 ‘compete’는 라틴어 ‘competo’가 어원인데 그 본래 의미는 ‘함께 추구하다’이다. 결국 경쟁은 모두 함께 잘사는 사회를 추구하는 길이다.

그런 측면에서 공정한 경쟁을 유발하고 이것이 보장되는 제도를 만드는 일은 중요하다. 그러나 경쟁의 결과가 독식(獨食)으로만 나타난다면 이는 인간으로서의 수치이며 우리가 만들어 가야 할 따뜻한 사회와는 멀어지는 길이다. 나눔의 정신을 공유하고 실천할 수 있는 교육과 사회제도도 반드시 함께 가꿔야 한다.

김도연 < 서울대 초빙교수·공학 dykim@snu.ac.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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